나는 모태 크리스찬 이었고, 어렸을 적 믿음도 좋았다.
놀라운 기적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중학교 때 부터 20대 중반까지는 교회에 거의 가지 않았다.
연애와 게임, 그리고 술과 담배에 찌들어 쓰레기처럼 살았다.
한 마디로, 궤도를 완전히 이탈한 탕자였던 것이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미국에 반 년간 다녀온 이후로
내 삶에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우선 오래 만났던 연인에게 잔인하게 배신을 당했는데
내가 미국에 있는 동안, 그 사람은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약속을 하고
귀국했을 당시에는 사실상 결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더 놀라운건, 이 모든 것이 그 사람 혼자 내린 결론에 의해 벌어진 일이었고
당연히 오해였다.
그 사람이 오해라는걸 깨달았을 때
나는 사람 얼굴이 정말 새파랗게 질릴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얼마 후, 나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며칠간 고열과 두통에 시달렸는데
자취방에서 그냥 이대로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병원에도 가지 않고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다.
같이 수업을 듣던 친구가 내 방에 쳐들어와서
거의 잡아 끌듯이 차에 태워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병명은 당시 처음 등장했었던 신종플루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의사가 약을 줬는데
먹고 정말로 엄청난 부작용에 시달렸다
고열은 도무지 떨어질 생각을 안해고
겨우 열이 떨어지자 땀이 비오듯 하고 온몸이 떨리며 아무것도 먹지도 못했다.
이러다 정말로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공포가 엄습했는데
갑자기 머릿속에 보고 싶은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거의 10년도 더 전에 동네 독서실에서
짝사랑 했던 연상의 여자였다.
당시에 서투른 고백을 했었고
가끔 만나기도 했었지만
그 사람은 군대간 남자친구가 있었고
나는 그저 귀여운 동생일 뿐이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포기했고
이후로는 10년간 소식도 모르고 살았었다.
물론 수능 때가 다가오면 가끔씩 생각나긴 했었지만
그런데 왜 하필 이 상황에서
그 사람이 생각이 났을까? 하는 의문에
당시 유행했던 싸이월드를 켜고
사람찾기를 해봤다.
다만 이 사람은 매우 매우 흔한 이름이라
싸이월드 처음 시작했을 때 한 번 검색해보고
검색결과 수만건 나오는걸 보고 찾는걸 포기한 적이 있었다
어? 그런데..
페이지를 조금 넘기다 보니
익숙한 프로필 사진이 보인다.
들어가 보니, 그 때 그 사람이 분명하다.
사진은 단 한 장 뿐이었지만, 놀랍게도 내가 그 사람을 만났던 그 시절의 사진으로 보였다.
그런데 싸이월드는 완전히 폭격을 맞은 상태였다.
상태는 매우 슬픔,
프로필 멘트는 '사랑하지 말 걸 그랬어'
무언가에 홀린듯 쪽지를 썼다.
예전 독서실에서 고백한 일을 언급하며
혹시 나를 기억하고 있냐고
하지만 며칠간 답장은 오지 않았고
그 사이 병세는 다행히도 빠르게 호전되었다
답장은 며칠 뒤에 도착했다.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고
하지만 연락이 닿았다고 해서
만남으로 연결시키기는건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어찌 어찌 수작을 부려서
거의 10년 만에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독서실에서 고백 후 처음 만났을 때 보다
어찌 보면 더 떨렸던 것 같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 사람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마음속으로는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시작부터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채우기 힘든 나이 차이 였지만
둘 다 나이가 든 지금은 충분히 극복이 가능한 나이였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내가 전 연인에게 당했던 그런 아픔을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큰 아픔을
이 사람은 나보다 훨씬 먼저 겪었다고 한다.
이후로는 꽤 오랫동안 쭉 솔로로 지냈는데
이것도 정말 뒤늦게 알게된 사실이지만
평생 혼자서 살꺼냐는 가족들의 걱정과 근심으로 인해
그리고 본인 상처에 대한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작정하고 몇 달간 새벽기도에 나와서
배우자 기도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전혀 상상치도 못한 사람한테
연락이 와서 놀랐었다고..
그런데 만나면서 한 편으로는
배우자 기도로 나타난 남자가
정말 이새끼가 맞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연애를 한창 할 때는 말하지 않았지만
결혼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자
내 배우자가 될 사람에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신앙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내가 크리스찬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리고 어렸을 때 다니던 교회를
다시 출석하기 시작했지만
주일성수와 십일조
제대로된 양육과 제자훈련
그리고 사역
이것이 없이는 결혼하기 힘드니
싫으면 지금 떠나라고 말했다.
다행히 난 큰 어려움 없이 모두 받아 들였고
지금까지도 잘 지켜오고 있다.
훈련과 연단의 과정 속에서
믿음은 더욱 강하고 단단해졌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녀로 인해
하나님 품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고
지금은 초등학생 애들 둘과 함께
믿음의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나는 그 때 그 와이프의 간절한 중보기도가
나를 하나님께로 다시 이끌어 준
원동력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니, 하나님께서 미리 예비하신
원대한 계획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믿음의 배우자를 간절히 찾는 청년들이여
이 글을 보고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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